그리워질 오늘
홍영철
길 위에 있었네
길 위에서는 어디로든 가야만 하는 것인지
모르는 사람들 모르는 곳으로 스쳐 지나가는 저물녘
아프다, 살았다는 것 밖에는 아무 추억이 없을 하루
불현듯 쏟아지는 어둠 저 너머에 희미한 별 하나
먼 길 허위허위 달려 내게 안기는 조그만 그 빛
반갑다, 살았다는 것도 눈물나게 그리워질 오늘
* 홍영철, 『여기 수선화가 있었어요』, 문학과지성사, 2013
tirol's thought
언젠가,
어디에선가 본,
'오늘은 어제 죽어간 그 사람이 그토록 그리워한 내일이었다'라는 글귀가 생각난다.
다분히 감상적으로 들리는 그 구절이 가진 진실에 대하여 수긍이 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읽는 이를 질책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반발심 같은 게 생기기도 했다.
그 문장에 비해 이 시는 편안히 읽힌다.
'아프다, 살았다는 것 밖에는 아무 추억이 없을 하루'
'반갑다, 살았다는 것도 눈물나게 그리워질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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