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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가난한 사랑노래 - 신경림

by tirol 2001. 10. 17.

가난한 사랑노래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신경림, 가난한 사랑노래, 실천문학사,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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