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노라면21

뒤척거리다 내가 앉아있는 버스나 열차가 움직이지 않아도 옆의 버스나 열차가 움직이면 순간 내가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착각은 누구나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회사를 떠나고 부서를 옮기고 하는 걸 보는 요즘의 내 기분도 그와 비슷하다. 천천히 뒤로 물러나는 느낌. 술쩍 울렁거리는 마음 사이로 뒤척거리는 생각들. 어쩌면 이건 버스나 열차의 경우와는 달리 단순한 기분만이 아닐지도 몰라. 나는 지금 어디에 있나 어디로 가려고 하나. 어디에 가야만 하나. 어디로 갈 수 있을까. 2006. 3. 17.
통닭에 맥주 엊저녁엔 보는 둥 마는 둥 TV 앞에 앉아 통닭에 맥주 몇캔을 먹고 거실에서 잠이 들었다. 한강진 역에서 아내를 만나 같이 집엘 왔는데 지하철 안에서 유난히 피곤해하는 나를 보고 회사에서 무슨 일 있었느냐고 묻는다. 나는 아무 일도 아니라고, 그냥 조금 피곤할 뿐이라고 답한다. 아내는 자신의 짐작을 풀어놓는다. 자잘한 일들에 치여 문득 허허로움을 느껴서 그런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렇게 하루 하루 살다가 마흔이 되고 쉰이 되고... 내가 잘 살고 있는건가 그런 회의감 때문에 더욱 피곤했던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다. 하지만 늘 질문은 쉽고, 대답은 어렵다. 끊임없이 연기되는 대답과 또 다시 제기되는 질문 사이에서 나는 건성으로 TV를 보거나 맥주나 마신다. 그리고 잠이 든다. 2006. 2. 23.
국립중앙박물관 지난 금요일에 다녀온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찍은 사진들을 몇장 올린다. 박물관이 새로 문을 열면서 삼각대를 이용한 전문적 촬영이나 플래시를 사용한 촬영을 제외하고는 촬영이 허용되고 있었다. # 1. 박물관 복도를 거닐며 # 2. 단정하게 꾸며놓은 조선시대 선비의 방 # 3. 전시물들 2006. 2. 15.
휴가 지난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이틀간 휴가를 냈었다. 이번 期가 끝나는 3월말까지 내가 쓸 수 있는 특별 휴가는 5일. 그 중 이틀은 지난 여름에 쓰고 남은 3일 중에 이틀을 쓴 것이다. 이번주에 있는 이사날을 전후에서 3일을 쓸까 생각도 해봤으나 그렇게 되면 쉬기 보다는 일만하다 말 것 같아서 미리 이틀의 휴가를 내기로 작심을 했는데, 제 꾀에 제가 넘어간다는 게 이런 것일까, 휴가 첫날인 목요일에 된통 몸살이 나서 낑낑 앓다가 휴가를 다 보내버렸다. 오호 통재라. 왜 갑자기 그렇게 몸살이 났을까 생각을 해보면 아내가 출장 간 사이의 부실한 영양 공급과 지속적이고 과도한 음주, 추운 집안 환경, 갑작스런 긴장 이완 등이 그 원인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목요일 아침엔 정말 끔찍했다. 눈을 뜨고 일어나려고 하는.. 2006. 2. 14.
TV 없는 주말 지난 금요일에 TV가 고장이 났다. TV 없는 세상은 황무지와 다를 것이 없다고 여기는 '시각문화 종사자'임를 자임하는 아내가 득달같이 A/S 센터에 전화를 했지만 수리 기사는 토요일 점심 때나 되어서 왔다. TV를 뜯어본 수리 기사 얘기로는 전압 공급 장치 쪽에 이상이 생겼는데 부품을 교체해야 한다, 수리비는 6-7만원 내외, 그것도 지금 당장은 안되고 화요일 저녁 때쯤이나 가능하다고 한다. 어쨌든 덕분에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밤까지 TV없는 주말을 보내게 되었는데 TV가 없다고 계속 투덜대는 아내와 달리 나는 아주 좋았다. 너무 허전하다 싶으면 간간히 음악을 들으며 아주 호젓한 주말을 보냈다. 평소에도 TV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주말엔 아무 생각없이 TV 앞에 습관적으로 앉아있는 시간이.. 2006. 1. 23.
인위적 실수 '인위적 실수' 이 말이 문법적으로, 또는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가?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싸고 많은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어떤 말을 믿어야할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 물론 나도 그 많은 사람들 중의 하나다. 하지만 기자회견 중 황우석 박사의 입에서 나온 '인위적 실수'라는 이 말로 분명하게 한 가지는 알 것 같다. 그는 정직하지 못했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용기도 없는 사람이다. 2005. 1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