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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삼십세 - 임희구

by tirol 2004. 12. 27.
삼십세

임희구


늦은 밤 라면을 끊이다가
책장의 책들을 살피다가
시집 간 옛 친구를 떠올리다가
오래전 비오던 날 뚝섬에서
옛 친구가 선물한 '삽십세'를
기억해내고 어디에 꽂혀있나
구석구석 찾아보다가
라면이 탱탱 불어터지는 밤
누가 가져갔나
삽십세가 없어졌다 소리도 없이
흔적도 없이

Tracked from http://blog.empas.com/mimaing/5574551

* tirol's thought

늦은 밤 라면을 끓이는 일은 별로 없지만, 나도 책장의 책들을 살피다가 문득 오래전 읽었던 책이 생각나 구석구석 찾아보다가, 소리도 없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걸 발견하고 마음 한구석이 불어터진 경험이 있다. 잉게보르크 바하만의 삼십세는 서점에 가면 다시 구할 수 있겠지만 나의 삼십세는 어디가서 찾나. 광석이 형 노래대로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