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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2

강설 - 고은 강설 고은 폐허(廢墟)에 눈 내린다. 적(敵)도 동지(同志)도 함께 모이자. 함께 눈을 맞자. 눈 맞으며 껴안고 울자. 폐허(廢墟)에 눈 내린다. 우리가 1950년대(年代)에 깨달은 것은 인산인해(人山人海)의 죽음이 아니라 사랑이다. 눈이 내린다. 눈이 내린다. 모든 죽은 사람들까지도 살아나서 함께 눈을 맞자. 눈 맞으며 울자. 우리는 분명 죄(罪)의 족속(族屬)이다. 눈을 맞자. 눈 맞으며 사랑하자. * tirol's thought 언젠가 비보다 눈이 좋은 이유가 눈은 비보다 천천히 내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이 시를 읽다보니 눈이 흰 색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눈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모르는 척 아닌 척 해도 사람은 분명 '죄의 족속'이라는 것을 깨닫는 무의식이 순.. 2006. 12. 19.
낯선 곳 - 고은 낯선 곳 고은 떠나라 낯선 곳으로 아메리카가 아니라 인도네시아가 아니라 그대 하루하루의 반복으로부터 단 한번도 용서할 수 없는 습관으로부터 그대 떠나라 아기가 만들어낸 말의 새로움으로 할머니를 알루빠라고 하는 새로움으로 그리하여 할머니조차 새로움이 되는 곳 그 낯선 곳으로 떠나라 그대 온갖 추억과 사전을 버리고 빈 주먹조차 버리고 떠나라 떠나는 것이야말로 그대의 재생을 뛰어넘어 최초의 탄생이다 떠나라 * tirol's thought 내친 김에 '교보생명 광화문 글판'에 인용되었던 시들을 찾아보고 있다. 고은 선생의 이 시는 1998년에 발췌 인용되었다. "떠나라 낯선 곳으로 그대 하루하루의 반복으로부터" 성경에도 이 비슷한 얘기가 창세기에 등장한다. 신의 음성을 따라 무작정 길을 떠나는 아브라함의 이야기.. 2005. 4.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