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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삼3

장편 掌篇 2 - 김종삼 掌篇 2 김종삼 조선총독부가 있을 때 청계川邊 一○錢 均一床 밥집 문턱엔 거지소녀가 거지장님 어버이를 이끌고 와 서 있었다 주인 영감이 소리를 질렀으나 태연하였다 어린 소녀는 어버이의 생일이라고 一○錢짜리 두 개를 보였다 * tirol's thought 5월 8일. 어버이날. 전국의 불효자들이 바쁜 날. 페북에서 우연히 이 시를 보고 몇번을 다시 읽었다. 태연한 거지 소녀의 흐릿한 미소와 거지장님 어버이의 얼굴을 상상해 보았다. 어버이 살아 계실 때, 나는 이 소녀처럼 마음 다해 밥 한번 대접한 적 있었던가. 2022. 5. 9.
나의 본적 本籍 - 김종삼 나의 본적 本籍 김종삼 나의 本籍은 늦가을 햇볕 쪼이는 마른 잎이다. 밟으면 깨어지는 소리가 난다. 나의 本籍은 巨大한 溪谷이다. 나무 잎새다. 나의 本籍은 푸른 눈을 가진 한 여인의 영원히 맑은 거울이다. 나의 本籍은 차원을 넘어다니지 못하는 독수리다. 나의 本籍은 몇 사람밖에 안 되는 고장 겨울이 온 敎會堂 한 모퉁이다. 나의 本籍은 人類의 짚신이고 맨발이다. * tirol's thought 본적(本籍)은 '호적(戶籍)'이 있는 곳. 어떤 사람이 태어나고 살던 곳. 2008년도에 호적제도가 폐지되어 이제는 '등록기준지'라는 말이 쓰인다고 한다. 나의 본적은 '충주시 용산동', 내 아버지와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태어나고 살던 곳, 내가 살았다가 떠나온 곳. 시인의 본적은 '늦가을 햇볕 쪼이는.. 2021. 6. 27.
어부 - 김종삼 어부(漁夫) 김종삼 바닷가에 매어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거린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머얼리 노를 저어 나가서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이 되어서 중얼거리려고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 tirol's thought 화사한 날이 오면 머얼리 노를 저어 나가서 나는 무엇이 되어서 무슨 말을 중얼거릴 것인가 날마다 출렁거리는 작은 고깃배 어디가 뱃머리고 어디가 배꼬린가 화사했던 날이 언제인가 언제 줄을 풀고 바다로 나아갈 것인가 바닷가에 매어둔 작은 고깃배 오늘도 중얼거린다 2020. 1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