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을3

개 같은 가을이 - 최승자 개 같은 가을이최승자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온다.매독 같은 가을.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한 쪽 다리에 찾아온다.모든 사물이 습기를 잃고모든 길들의 경계선이 문드러진다.레코드에 담긴 옛 가수의 목소리가 시들고여보세요 죽선이 아니니 죽선이지 죽선아전화선이 허공에서 수신인을 잃고한번 떠나간 애인들은 꿈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그리고 그리고 괴어 있는 기억의 폐수가한없이 말 오줌 냄새를 풍기는 세월의 봉놋방에서나는 부시시 죽었다 깨어난 목소리로 묻는다.어디 만큼 왔나 어디까지 가야강물은 바다가 될 수 있을까.* tirol's thought ‘개 같은 가을‘, ‘매독 같은 가을‘은 어떤 가을일까일단 분위기 있고, 여유있는 가을은 아닌게 분명하다.게다가 그냥 오는 것도 아니고 ’쳐들어‘ 온다.싸움을 걸듯, .. 2024. 10. 17.
處暑 - 문태준 처서 문태준 얻어온 개가 울타리 아래 땅 그늘을 파댔다 짐승이 집에 맞지 않는다 싶어 낮에 다른 집에 주었다 볕에 널어두었던 고추를 걷고 양철로 덮었는데 밤이 되니 이슬이 졌다 방충망으로는 여치와 풀벌레가 딱 붙어서 문설주처럼 꿈적대지 않는다 가을이 오는가, 삽짝까지 심어둔 옥수숫대엔 그림자가 깊다 갈색으로 말라가는 옥수수 수염을 타고 들어간 바람이 이빨을 꼭 깨물고 빠져나온다 가을이 오는가, 감나무는 감을 달고 이파리 까칠하다 나무에게도 제 몸 빚어 자식을 낳는 일 그런 성싶다 지게가 집 쪽으로 받쳐 있으면 집을 더메고 간다기에 달 점점 차가워지는 밤 지게를 산쪽으로 받친다 이름은 모르나 귀익은 산새소리 알은체 별처럼 시끄럽다 * tirol's thought 어제가 처서. "24절기의 14번째로 태양 .. 2019. 8. 24.
가을 - 최승자 가을 최승자 세월만 가라, 가라, 그랬죠. 그런데 세월이 내게로 왔습디다. 내 문간에 낙엽 한 잎 떨어뜨립디다. 가을입디다. 그리고 일진광풍처럼 몰아칩디다. 오래 사모했던 그대 이름 오늘 내 문간에 기어이 휘몰아칩디다. / 최승자, '내 무덤, 푸르고', 문학과 지성사,2001/ * tirol's thought 8월의 마지막 날이다. 올 여름은 유난히도 길었던 것 같다. 8월이 가고 9월이 온다고 갑자기 가을이 되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마음의 문간엔 벌써 낙옆 한 잎 떨어져 있다. 2006. 8.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