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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신문을 읽다가]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차분함

by tirol 2007.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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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나는 슈만 씨를 만나 인터뷰를 했다. 바쁜 와중에 아침부터 짬을 낸 그와 나는 웨스트 빌리지에서 아침식사를 함께 하며 패션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요즘은 날이 갈수록 멋쟁이가 되는 것이 중요해지는 것 같다. 주변 사람들만 해도 개성적이고 멋지지 않은 사람이 없으니까. 이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물었다. “멋진 것보단 흥미로워 보이는 게 더 중요한 거 같아요. 흥미롭게 보인다는 건 그 사람을 한 번 더 보게 만드는 걸 의미해요. 그건 성격이 될 수도 있고, 어떤 내면적인 게 될 수도 있고, 헤어스타일이 될 수도 있어요. 무엇보다 난 그 사람의 전체적인 몸가짐과 큰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그의 대답을 듣고 나는 그가 사람들의  외모에서 감동을 받은 적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는 내 질문에 지체하지 않고 바로 “디그니티(위엄, 품위)!”라 답했다. 그 말에 엊그제 그의 블로그에서 본 사진이 생각났다. 사진 속의 여성은 중고로 산, 빈티지 페리 엘리스 코트를 입고 있었다. 다소 커 보이는, 유행이 지난 코트에 추운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 샌들을 신고 있지만, 그녀는 무척 아름다워 보였다. 얼굴이 예쁘긴 했지만 그렇다고 다 아름다워 보이는 건 아니다. 슈만 씨는 그 이유를 ‘차분함’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차분함은 곧 품위와 연결된다. 비싼 옷을 입진 않았지만 ‘비싸’ 보이는 사람이었다. 옷은 옷일 뿐 옷을 입어내는 건 결국 사람인 것이다.

* 2007.2.26. 한겨레신문: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92691.html


Dignity(위엄, 품위)가 패션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는 위엄이 '자기에 대한 의식',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내면적 태도'와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진정으로 Dignity가 있는 사람은 스스로의 가치 기준을 가지고 있고 자기에게 당당하며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존중하되 그 시선에 구애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그는 당연히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차분함'을 가지게 된다. 패션은 그러한 Dignity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한 예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