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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새해 - 구상

by tirol 2008. 1. 11.

새해

구상


내가 새로워지지 않으면
새해를 새해로 맞을 수 없다.

내가 새로워져서 인사를 하면
이웃도 새로워진 얼굴을 하고

새로운 내가 되어 거리를 가면
거리도 새로운 모습을 한다.

지난날의 쓰라림과 괴로움은
오늘의 쓰라림과 괴로움이 아니오
내일도 기쁨과 슬픔이 수놓겠지만
그것은 생활의 律調일 따름이다.

흰 눈같이 맑아진 내 意識은
理性의 햇발을 받아 번쩍이고
내 深呼吸한 가슴엔 사랑이
뜨거운 새 피로 용솟음친다.

꿈은 나의 忠直과 一致하여
나의 줄기찬 勞動力은 고독을 쫒고
하늘을 우러러 소박한 믿음을 가져
기도는 나의 日課의 처음과 끝이다.

이제 새로운 내가
서슴없이 맞는 새해
나의 生涯 최고의 성실로서
꽃피울 새해여 !


* tirol's thought

새해를 맞이한지도 두 주가 지났다.
새해가 되었다고 당연하게 내가 새로워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시인의 말대로 '내가 새로워지지 않으면/새해를 새해로 맞을 수 없다'
나는 지난 열흘,
얼마나 새로워졌는지, 얼마나 새로워지고자 했는지
이 시를 읽으며 다시 한번 돌아본다.
흔한 새해 인사처럼 새해라고 해서 '복된 일'만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지난날의 쓰라림과 괴로움은/오늘의 쓰라림과 괴로움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면서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생활의 율조'를 따라 이 한 해 열심히 살아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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