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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벚나무 실업률 - 손택수

by tirol 2006. 3. 23.

벚나무 실업률

손택수 

해마다 봄이면 벚나무들이
이 땅의 실업률을 잠시
낮추어줍니다

꽃에도 생계형으로 피는
꽃이 있어서
배곯는 소리를 잊지 못해 피어나는
꽃들이 있어서

겨우내 직업소개소를 찾아다닌 사람들이
벚나무 아래 노점을 차렸습니다
솜사탕 번데기 뻥튀기
벼라별 것들을 트럭에 다 옮겨싣고
여의도 광장까지 하얗게 치밀어오르는 꽃들,

보다 보다 못해 벚나무들이 나선 것입니다
벚나무들이 전국 체인망을 가동시킨 것입니다

/ 현대문학, 2006년 3월호/

* tirol's thought

바다 건너 멀리있는 프랑스에서 시위가 한창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시위의 발단은 우파정부가 내놓은 ‘최초고용계약법’ 때문. 이 법에 따르면 기업이 26세 미만의 젊은이를 고용했을 때 2년 이내에는 고용주가 재량껏 해고할 수 있다고 한다. 높은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고용시장을 유연하게 만들겠다는 것이 취지라지만 이에 젊은이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우리 나라의 경우만 해도 실업문제나 비정규직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많은 사람들이 여러가지 시각에서 이런 문제들에 대한 저마다의 이야기를 쏟아낸다. 그럴 듯 해 보이는 얘기도 있고, 터무니 없어보이는 얘기도 있고, 흥미진진한 얘기도 있고, 지루한 얘기도 있다.
시인도 '이땅의 실업률'에 대해 한 이야기를 건넨다. 티롤은 아주 재미있게 읽었는데 다른 분들은 어떠신지?
너무 감상적이라고, 세상에 별로 보탬이 안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답해 드리겠다. 복잡한 경제 용어와 이론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건 너무 지루하지 않은가? 그럴듯한 이론과 세밀한 분석을 내세우는 이야기들도 내 보기엔 태반이 세상에 별로 도움이 안되는 것 같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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