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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나무 실업률

손택수 

해마다 봄이면 벚나무들이
이 땅의 실업률을 잠시
낮추어줍니다

꽃에도 생계형으로 피는
꽃이 있어서
배곯는 소리를 잊지 못해 피어나는
꽃들이 있어서

겨우내 직업소개소를 찾아다닌 사람들이
벚나무 아래 노점을 차렸습니다
솜사탕 번데기 뻥튀기
벼라별 것들을 트럭에 다 옮겨싣고
여의도 광장까지 하얗게 치밀어오르는 꽃들,

보다 보다 못해 벚나무들이 나선 것입니다
벚나무들이 전국 체인망을 가동시킨 것입니다

/ 현대문학, 2006년 3월호/

* tirol's thought

바다 건너 멀리있는 프랑스에서 시위가 한창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시위의 발단은 우파정부가 내놓은 ‘최초고용계약법’ 때문. 이 법에 따르면 기업이 26세 미만의 젊은이를 고용했을 때 2년 이내에는 고용주가 재량껏 해고할 수 있다고 한다. 높은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고용시장을 유연하게 만들겠다는 것이 취지라지만 이에 젊은이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우리 나라의 경우만 해도 실업문제나 비정규직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많은 사람들이 여러가지 시각에서 이런 문제들에 대한 저마다의 이야기를 쏟아낸다. 그럴 듯 해 보이는 얘기도 있고, 터무니 없어보이는 얘기도 있고, 흥미진진한 얘기도 있고, 지루한 얘기도 있다.
시인도 '이땅의 실업률'에 대해 한 이야기를 건넨다. 티롤은 아주 재미있게 읽었는데 다른 분들은 어떠신지?
너무 감상적이라고, 세상에 별로 보탬이 안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답해 드리겠다. 복잡한 경제 용어와 이론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건 너무 지루하지 않은가? 그럴듯한 이론과 세밀한 분석을 내세우는 이야기들도 내 보기엔 태반이 세상에 별로 도움이 안되는 것 같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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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프로필사진 그때그넘 밤에 담배를 피울 때 창문을 열어놓고 피우기 때문에 그때마다 달라진 밤공기의 온도를 느낍니다. 특히 이번주는 봄기운이 더욱 완연해진 한 주라 준비가 덜 된 저로선 조금은 어리둥절한 느낌마저 있습니다.
    사실 백수라 집 밖을 거의 나가지 않아 날씨에는 둔감한 편입니다. 그래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늘 적응기간이 필요하곤 합니다.
    어제 밤에는 어디선가 들은 자살이 가장 많은 계절이 봄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가을이나 겨울이 아니라 봄이라니. 시작이라는 것은 이처럼 누군가에게는 마냥 두근거리고 기쁜 일이겠으나 누군가에게는 또 다시 반복되는 고통을 알리는 신호가 되기도 하나 봅니다. 그래서 자살이 가장 많은 요일도 월요일이라고 합니다.
    그런 통계가 위치한 곳의 반대편에 올려주신 시와 같은 시각도 있어 세상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당장 사람은 죽어나가는데 무슨 말이냐,한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만 봄 때문에 죽는 사람도 있는 반면 봄 덕분에 벚나무 아래에서 삶을 이어나가는 사람도 엄연히 있는것이 세상 아니겠습니까. 시가 어떻다 논하기에 앞서 올 봄엔 저도 여의도 어디쯤 꽃구경이나 가봐야겠습니다. 고단한 세상입니다.
    2006.03.24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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