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최승자
못 살겠습니다
(실은 이만하면 잘 살고 있습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
원한다면, 죽여주십시오.
생각해보면, 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한번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게 내 죄이며 내 업입니다.
그 죄와 그 업 때문에 지금 살아 있습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잘 살아 있습니다.
/최승자 시집, 내 무덤 푸르고, 문학과 지성사/
최승자
못 살겠습니다
(실은 이만하면 잘 살고 있습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
원한다면, 죽여주십시오.
생각해보면, 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한번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게 내 죄이며 내 업입니다.
그 죄와 그 업 때문에 지금 살아 있습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잘 살아 있습니다.
/최승자 시집, 내 무덤 푸르고, 문학과 지성사/
* tirol's thought
누군가를 죽을만큼, 죽고 싶을만큼 사랑한다는 것에 대해 나는 잘 알지 못한다.
오히려 내가 이 시에 끌리는 이유는 그 절박한 '사랑'보다는 '잘 살아 있습니다'라는 근황과 '못 살겠습니다'라는 근황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시인의 마음 때문이다. '잘 사는 것'과 '못 살겠는 것' 사이의 거리, 멀고도 가까운.
누군가를 죽을만큼, 죽고 싶을만큼 사랑한다는 것에 대해 나는 잘 알지 못한다.
오히려 내가 이 시에 끌리는 이유는 그 절박한 '사랑'보다는 '잘 살아 있습니다'라는 근황과 '못 살겠습니다'라는 근황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시인의 마음 때문이다. '잘 사는 것'과 '못 살겠는 것' 사이의 거리, 멀고도 가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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