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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풀포기의 노래 - 나희덕

by tirol 2004. 7. 9.
풀포기의 노래

나희덕


네 물줄기 마르는 날까지
폭포여, 나를 내리쳐라
너의 매를 종일 맞겠다
일어설 여유도 없이
아프다 말할 겨를도 없이
내려꽂혀라, 거기에 짓눌리는
울음으로 울음으로만 대답하겠다
이 바위틈에 뿌리 내려
너를 본것이
나를 영영 눈뜰 수 없게 하여도,
그대로 푸른 멍이 되어도 좋다

네 몸은 얼마나 또 아플 것이냐


* tirol's thought

손가락에 침 묻혀 책장을 넘기는 대신
스크롤을 움직여 모니터 위의 시를 읽는다.
스크롤을 내려 마지막 행을 읽다
마음이 '쿵'소리를 내며 주저앉는 소리를 듣는다.

'네 몸은 얼마나 또 아플 것이냐'

폭포를 걱정하는 바위 틈의 풀포기라니.
졌다.
폭포도 나도,
풀포기에게 졌다.

더 많이 사랑하는 자가 승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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