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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

빗방울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 이현승 빗방울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이현승 밤의 도시를 바라볼 때처럼 명확해질 때는 없다. 어두운 천지에 저마다 연등을 달아놓듯 빛나는 자리마다 욕정이, 질투가, 허기가 있다. 이것보다 명확한 것이 있는가. 십자가가 저렇게 많은데, 우리에게 없는 것은 기도가 아닌가. 입술을 적시는 메마름과 통점에서 아프게 피어나는 탄식들. 일테면 심연에 가라앉아 느끼는 목마름. 구할 수 없는 것만을 기도하듯 간절함의 세목 또한 매번 불가능의 물목이다. 오늘은 내가 울고 내일은 네가 웃을 테지만 내일은 내가 웃고 네가 기도하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겠지만 울다 잠든 아이가 웃으며 잠꼬대를 할 때, 배 속은 텅 빈 냉장고 불빛처럼 허기지고 우리는 아플 때 더 분명하게 존재하는 경향이 있다. 아프게 구부러지는 기도처럼, 빛이 휜다. *.. 2020. 7. 25.
여름 - 권오삼 여름 권오삼 해는 활활 매미는 맴맴 참새는 짹짹 까치는 깍깍 나뭇잎은 팔랑팔랑 개미는 뻘뻘 모두모두 바쁜데 구름만 느릿느릿 * tirol's thought 주택에 살던 때가 있었다 짱짱하게 더운 여름날 오후 미숫가루 한 사발 타 마시고 마루에 누워 하릴 없이 뒹굴거리다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던 때가 생각난다 느릿느릿 가는 것 같지만 또 어느새 이쪽에서 저쪽으로 스으윽 미끄러져 가는 구름 눈 돌려 마루 천장 무늬를 하나둘 헤아리다가 스르르 한참 지나 잠 깨어 멍하니 앉았있던 느릿느릿 시간이 흐르던 기다려도 안 오시던 엄마를 기다리던 그 때가 생각난다 2020. 7.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