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081 산산조각 - 정호승 산산조각 정호승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 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 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가 있지 * tirol's thought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살아온 내게 부처님이 우연을 가장하여 보내 주신 시가 아닐까.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고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머리로 몰랐던 건 아닌데, 그런데 머리로만 아는 걸 안다고 해야할까 불쌍한 내 머리 부서져야하리 산산.. 2019. 6. 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