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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음악 - 이성복

by tirol 2004. 7. 13.
음악

이성복


비 오는 날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면
누군가 내 삶을
대신 살고 있다는 느낌
지금 아름다운 음악이
아프도록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곳에서
내가 너무 멀리
왔다는 느낌
굳이 내가 살지
않아도 될 삶
누구의 것도 아닌 입술
거기 내 메마른 입술을
가만히 포개어 본다


*tirol's thought

아내의 말에 따르면
내가 잠꼬대를 한단다.
잠결에 알 수 없는 얘기를
중얼거린다고 한다.

어렴풋이 기억이 날 것도 같다.

꿈 속에서 나는,
무슨 말인가를 하고 싶은데 말이 잘 안 나온다.
어디론가 전화를 해야겠는데
눌러야 할 번호는 못누르고 자꾸만 다른 번호를 누른다.
열차는 떠나고, 다리는 끊기고
내가 아는 사람들은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답답하다.

꿈 속의 나도,
꿈 밖의 나도,
있어야 할 곳에서
너무 멀리 온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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