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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2

새해 첫 기적 - 반칠환 새해 첫 기적 반칠환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 tirol's thought 병술년 새해가 밝았다. 설날 아침에 블로그에 올릴 시로 김종길 선생님의 '설날 아침에'란 시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중앙일보에서 우연히 이 시를 만났다. 재미있는 시다. 날고, 뛰고, 걷고, 기고, 굴러서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한 우리들은 다시 날고, 뛰고, 걷고, 기고, 구를 것이다. 그래봤자 끝에 가보면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을테지만, 그래도 열심히 달려(혹은 굴러?)보리라. 2006. 1. 29.
설날 아침에 - 김종길 설날 아침에 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險難)하고 각박(刻薄)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김종길 시집, 성탄제, 1969/ 2006. 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