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에 대하여1 연애에 대하여 - 이성복 연애에 대하여 이성복 1 여자들이 내 집에 들어와 지붕을 뚫고 담 넘어간다 손이 없어 나는 붙잡지 못한다 벽마다 여자만한 구멍이 뚫려 있다 여자들이 내 방에 들어와 이불로 나를 덮어 싼다 숨 막혀 죽겠어 ! 이불 위에 올라가 여자들이 화투를 친다 숨 막힌 채로 길 떠난다 길 가다 외로우면 딴 생각하는 길을 껴안는다 2 기도의 형식으로 나는 만났다 버리고 버림받았다 기도의 형식으로 나는 손 잡고 입맞추고 여러 번 죽고 여러 번 태어났다 흐르는 물을 흐르게 하고 헌 옷을 좀먹게 하는 기도, 완벽하고 무력한 기도의 형식으로 나는 숨쉬고 숨졌다 지금 내 숨가쁜 屍身을 밝히는 촛불들 愛人들, 지금도 불 밝은 몇몇의 술집 3 내 살아 있는 어느 날 어느 길 어느 골목에서 너를 만날지 모르고 만나도 내 눈길을 너는 .. 2020. 6. 2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