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프스1 첫사랑 - 심재휘 첫사랑 심재휘 장충동에 비가 온다 꽃잎들이 서둘러 지던 그날 그녀와 함께 뛰어든 태극당 문 앞에서 비를 그으며 담배를 빼물었지만 예감처럼 자꾸만 성냥은 엇나가기만 하고 샴푸향기 잊혀지듯 그렇게 세월은 갔다 여름은 대체로 견딜 만하였는데 여름 위에 여름 또 여름 새로운 듯 새롭지 않게 여름 오면 급히 비를 피해 내 한 몸 겨우 가릴 때마다 비에 젖은 성냥갑만 늘었다 그래도 훨씬 많은 것은 비가 오지 않은 날들이었고 나뭇가지들은 가늘어지는 운명을 향해 걸어갔다 가늘어지기는 여름날 저녁의 비도 마찬가지였지만 그 후로 많은 저녁들이 나를 지나갔지만 발아래 쌓인 세월은 귀갓길의 느린 걸음에도 낡은 간판처럼 가끔 벗겨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면 마른 꽃잎에게 묻는 안부처럼 들춰 보는 그 여름 저녁에는 여전히 버스만 .. 2021. 4. 1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