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2 생활과 예보 - 박준 생활과 예보 박준 비 온다니 꽃 지겠다 진종일 마루에 앉아라디오를 듣던 아버지가오늘 처음으로 한 말이었다 * tirol's thought 시 속의 라디오를 듣던 아버지는 흰색 란닝구를 입고 계실 것 같다.아버지는 왜 진종일 아무 것도 안하고 마루에 앉아 라디오를 듣고 있었을까.어디가 아픈가? 마음이 아픈가? 아무 것도 하고 싶은 게 없는가? 아무 것도 할 게 없는가?아니면 너무 일을 많이 해서 오늘만 모처럼 쉬고 있는 건가? '비 온다니 꽃지겠다' 아버지가 오늘 처음으로 한 말은 왜 이 말이었을까.말이 하기 싫었던 건가? 말이 너무 하고 싶었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던 건가? 비가 온다니 걱정이 된다는 건가? 좋으면서도 싫다는 건가? 일기예보를 듣다가 뜬금없이 어떤 일이 생각나신 건가? 말과 .. 2024. 7. 21. 선잠 - 박준 선잠 박준 그해 우리는 서로의 섣부름이었습니다 같은 음식을 먹고 함께 마주하던 졸음이었습니다 남들이 하고 사는 일들은 우리도 다 하고 살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발을 툭툭 건드리던 발이었다가 화음도 없는 노래를 부르는 입이었다가 고개를 돌려 마르지 않은 새 녘을 바라보는 기대였다가 잠에 든 것도 잊고 다시 눈을 감는 선잠이었습니다 * tirol's thouht 연말이 가까와 오니 옛친구들 만날 일이 는다. 어제도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서 배가 고프지 않아도 나도 모르게 집어먹는 안주처럼 오래되었거나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설렁설렁 나누며 술을 마셨다 한 친구가 당나라의 명필 '안진경' 얘기를 잠깐 꺼냈다가 집어 넣었다. '그해 우리는'으로 시작하는 이 시를 읽으면 떠오르는 희미한 '그해'는 언제 적 .. 2019. 11. 2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