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희1 근심을 주신 하느님께 - 김승희 근심을 주신 하느님께 김승희 하느님 감사합니다, 나에게 이토록 많은 근심을 주셔서 하늘은 넓고 갈 길은 막막한데 이토록 자잘한 근심들이 없다면 나는 무엇으로 아침을 시작하여 무엇으로 밤을 마감할 수 있을까요 근심이야말로 분명한 행선지 삶의 공허 앞에 비석처럼 세워진 확실하고도 고마운 하나씩의 이정표 세상은 광막하고 시대는 혼란스러온데 나에겐 자잘한 근심들이 있으니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요, 취직걱정 건강걱정 자식걱정에 반찬걱정 주택부금 상호부금 월부책값에 세금걱정 연탄가스 주의보와 동파된 하수구 걱정, 시어머님 생활비와 친정아버지의 병원비와 이 조그만 근심들이 있어서 난 우주가 막막하게 텅빈 낯선 것이 아니고 쌀독처럼 친숙한 것이며, 밑도 끝도 없는 적막강산이 아니라 한없이 체온으로 정든 내 헌옷 샅은.. 2006. 8. 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