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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흑백사진

by tirol 1992. 6. 25.

흑백 사진


자 여길 보세요
웃어요
그래 옳치
싸구려 사진기를 든
젊은 아버지의 뒷모습이 보인다

지저분한 흙담아래
까만 고무신
바지조차 돌려입은
저 아이의 통통한 미소는
키작은 채송화 향기

어스름한 저녁 하늘
훈훈히 흐르는 굴뚝 연기와
노오랗게 묻어나는
감자타는 내음

어느새 창밖은
암실처럼 어두워지고
눈물처럼 밀려드는
먼 산동네의 불빛

꺼칠해진 턱을 만지며
물끄러미 바라보는
빛바랜 세월의 그림자

그리고
아버지의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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