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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과 세상

현의 노래

by tirol 2004. 5. 12.
1. 현의 노래, 김훈, 생각의나무,  2004년 02월.

잘 읽혔다.
그러나 글쎄,
그게 전부다.

세련된(?) 무협소설을 읽은 듯 하다.
비장한 문체며 곳곳에
적절히 배치된 에로틱한 장면들.
하늘을 날고 장풍을 쏘아대는 장면들만 없을 뿐이지
무협지에 다름아니다.

제목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현의 노래'는 '칼의 노래'의 아류다.
'버려진 섬들마다 꽃이 피었다'로 시작하는
'칼의 노래'의 변주.

전작 '칼의 노래'에서 김훈은
특유의 비장하고 유려한 문체로
이순신이라는 인물을 새롭게 그려내어
누구도 쉽사리 흉내낼 수 없는
그만의 작품 세계를 일구어냈다.

하지만 한 작가의 성취는
동시에 그 자신이 넘어서야할
부담이 되기도 한다.
그점에서
'현의 노래'는
'칼의 노래'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아주 쉽게 얘기하자면
'전작만한 속편이 없다'는 영화판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만든다.
매트릭스 2나 다이하드 2가 원작보다 훨씬 실망스럽듯이.

책의 줄거리는
가야가 신라에게 패망하는 이야기가 밑배경으로 깔리면서
우륵과 그의 제자 니문,
가야의 대장장이 야로,
신라장수 이사부를 큰 세축으로 하여 진행된다.
그 사이에 뚜렷한 이미지를 남기는 여인들로
우륵의 애인 비화, 가야왕의 침전 시녀 아라가 등장한다.

전작 칼의 노래에서
이순신이란 인물로
집중되었던 노래의 주제는
현의 노래에서
가야의 대장장이 야로,
신라 장군 이사부,
그리고 우륵으로
산만하게 나뉘어지면서
책 제목이 어째서 '현의 노래'인가에 대해
의구심마저 갖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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