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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유목의 꿈 - 박남준

by tirol 2005. 6. 13.
유목의 꿈

박남준


차마 버리고 두고 떠나지 못한 것들이 짐이 된다

그의 삶에 질주하던 초원이 있었다
지친 것들을 생각한다
어쩔 수 없는 것들도 생각한다
한 꽃이 지며 세상을 건너듯이
산다는 일도 때로 그렇게 견뎌야 하겠지
버릴 수 없는 것들은 무엇일까
떠나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한때 머물렀던 것들이 병이 되어 안긴다
아득한 것은 초원이었던가
그렇게 봄날이 가고 가을이 갔다
내리 감긴 그의 눈이 꿈을 꾸듯 젖어 있다
몸이 무겁다
이제 꿈길에서도 유목의 길은 멀다

/박남준 시집,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 문학동네, 2000/


* tirol's thought

거처를 정하지 않고 물과 목초를 따라 떠도는 것이 '유목'이라면 우리 삶의 시간은 '유목'인가 아닌가. 흐르기는 하되 떠도는 것이 아니라 저 쪽에서 이 쪽으로 정해진 길을 따라 가야만 하는 것이 삶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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