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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봄날 강변 - 신동호

by tirol 2005. 3. 8.
봄날 강변

신동호


세월이 멈춰졌으면 하지 가끔은
멈춰진 세월 속에 풍경처럼 머물렀으면 하지 문득
세상이 생각보다 아름답다는 것을 느꼈을 때일거야
세상에는 생각보다 아름다운 사람이 많다는 것을 느꼈을 때일 거야 아마
예전에 미처 감지하지 못해서가 아니야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면 또다시
아름다움을 느끼기엔 너무나 빠른 세월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야 분명
마음은 발걸음보다 항상 뒤처져 걷지만
봄날 강변에 앉아보면 알게 되지
머얼리 기차가 지나갈 때
눈부신 햇살 아래, 오래 전 정지된 세월의 자신은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순간
기차는 굴속으로 사라져버리고
강변의 아름다움으로부터 자신은 떠나지만
변하지 않는 풍경으로 남아 있을 게야 마음의 지조처럼
여전히 기다릴 게야 오래도록.


* tirol's thought

그래, 이제 알겠다. 오래 전 정지된 세월의 내가 아름다웠다고 느껴지는 이유를. 떠나왔던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난 또 그 시절보다 더 이전의 정지된 세월 속 나를 그리워할지도 몰라. 발걸음보다 항상 뒤처져 걷는 마음아, 머뭇거리며 뒤돌아보는 마음아, 앞을 봐야지, 발걸음을 영영 잃어버리면 어쩌려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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