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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길 - 김남주

by tirol 2008. 11. 7.



김남주


길은 내 앞에 놓여 있다.
나는 안다, 이 길을, 이 길의 길이와 길이를
이 길의 역사를 나는 알고 있다.

이 길에서 어디쯤 가면 비탈로 바위산이 있다.
이 길 어디쯤 가면 가시로 사나운 총칼이 있다.
이 길 어디쯤 가면

여기가 너의 장소 너의 시간이다.
여기서 네 할일을 하라!

행동의 결단을 채찍질하는 고독의 검은 섬이 있다.

허나 어쩌랴 길은 가야 하고
언젠가는 누군가는 이르러야 할 길
가자, 가고 또 가면 이르지 못할 길이 없나니
가지 이 길을 가고 오지 말자
남의 땅 남의 것으로 빼앗겨 죽창 들고 나섰던 이길
제나라 남의 것으로 빼앗겨 화승총 들고나섰던 이길
다시는 제 아니 가고 길만 멀다 하지 말자
다시는 제 아니 가고 길만 험타 하지 말자
주려 학대 받은 자 모든 것의 주인 되는 길
오 해방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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