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37 (펌) 어떤 정물, 귤과 매화와 책꽂이 - 장석남 어떤 정물, 귤과 매화와 책꽂이 ― 브람스의 소품 장석남(시인) 노란 귤들이 있다. 하나는 껍질이 벗겨진 채 반만 있다. 귤들이 놓인 흰 접시에 떨어진 불빛은 당연히 귤과 함께 따뜻한 빛이다. 껍질들이 어지간히 말라서 이 귤을 먹은 게 언제더라 싶다. 귤 옆에는 전화기가 놓였다. 오래된 구형 손 전화기다. 내가 전화기를 하도 자주 잃어버림으로 이번엔 새로 사지 말라며 후배가 물려준 것이다. 잃어버려도 괜찮도록 아무도 욕심내지 않는 아주 오래된 것이다. 그래도 통화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그대로 놓여 있는 것이 대견하다. 그 곁에는 녹차 잔이 놓여 있다. 일인용 다구(茶具)이기 때문에 그 뚜껑에는 차 잎들이 젖은 채 담겨져 있다. 차 맛을 생각해 본다. 녹차는 뭐니뭐니 해도 첫잔이 제일 좋다. 약간 뜨끈.. 2003. 1. 2. 이전 1 ··· 4 5 6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