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271 메밀국수 - 박준 메밀국수 - 철원에서 보내는 편지 박준 분지의 여름밤에는 바람이 없습니다 밤이 되어도 화기火氣가 가시지 않을 것 같아 저녁밥을 안치는 대신 메밀국수를 사 먹고 돌아왔습니다 동송으로 가면 삼십년 된 막국수집이 있고 갈말로 가면 육십 년 된 막국수집이 있는데 저는 이 시차를 생각하며 혼자 즐거웠습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 말한 제 아버지는 사십 년 동안 술을 드셨고 저는 이십 년 동안 마셨습니다 돌아오는 길, 문밖으로 나와 연신 부채질을 하던 이곳 사람들은 하나같이 저에게 저녁을 먹었는지 물었습니다 국수를 먹었다고 대답하기도 했고 몇 분에게는 웃으며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주인집 어른께는 입맛이 없어 걸렀다고 답했다가 "저녁은 저녁밥 먹으라고 있는 거지"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주말에 큰비가 온다고 하니 이곳 사람들.. 2020. 6. 2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