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림1 밤길 - 최하림 밤길 최하림 한 날이 저무는 저녁답에 갈가마귀 울음소리 드높아가고 낮의 푸르름과 밤의 깊음이 가야 할 길을 마련하는데 바다의 폭풍으로도 오막살이 지청구로도 발길이 향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림자를 은신하며 술집으로 술집으로 돌면서 잔을 들고 있다 식은 가슴을 태우고 말을 태우는 잔 불길같은 사나이들이 마시는 잔 잔이여 우리들은 무엇으로 길잡이를 삼아야 하는가 온밤을 헤매 이른 우이동 골짝의 바람소리인가 산허리에 등을 붙이고 산 헐벗은 이웃들의 울음인가 연민으로 새끼들을 등을 업고 아내를 끌어안아도 한날의 푸르름과 깊음은 드러나지 않고 도봉산의 갈멧빛도 물들어지지 않는다 쓸쓸한 갈가마귀 울음소리 드높아갈 뿐이다 tirol’s thought ‘잔이여 우리들은 무엇으로 길잡이를 삼아야 하는가’라는 구절을 오래 .. 2020. 2. 2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