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호기1 사랑은 - 채호기 사랑은 채호기 1 사랑은 그렇게 왔다 얼음 녹는 개울의 바위틈으로 어린 물고기가 재빠르게 파고들듯이 사랑은 그렇게 왔다 알 수 없는 차가움이 눈을 투명하게 한다. 사랑은 그렇게 왔다 발가벗은 햇빛이 발가벗은 물에 달라붙듯이 사랑은 그렇게 왔다 수양버드나무의 그늘이 차양처럼 물을 어둡게 한다 사랑은 그렇게 왔다 할 말 없는 수초가 말 잃은 채 뒤엉키듯이 사랑은 그렇게 왔다. 가라앉아도 가라앉아도 사랑은 바닥이 없다. 2 사랑은 그렇게 갔다. 미처 못다 읽은 책장을 넘겨버리듯이 사랑은 그렇게 갔다. 말하려고 입 벌리면 더러운 못물이 목구멍을 틀어막았다. 사랑은 그렇게 갔다. 날아가며 남겨둔 여린 가지가 자지러지며 출렁이듯이 사랑은 그렇게 갔다.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만 꽃들은 예쁘게 피어났다. 사랑은 그렇게.. 2003. 1. 3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