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1 두부 - 고영민 두부 고영민 저녁은 어디에서 오나 두부가 엉기듯 갓 만든 저녁은 살이 부드럽고 아직 따뜻하고 종일 불려놓은 시간을 맷돌에 곱게 갈아 끓여 베보자기에 걸러 짠 살며시 누름돌을 올려놓은 이 초저녁은 순두부처럼 후룩후룩 웃물과 함께 숟가락으로 떠먹어도 좋을 듯한데 저녁이 오는 것은 두부가 오는 것 오늘도 어스름 녘 딸랑딸랑 두부장수 종소리가 들리고 두부를 사러 가는 소년이 있고 두붓집 주인이 커다란 손으로 찬물에 담가둔 두부 한모를 건져 검은 봉지에 담아주면 저녁이 오는 것 두부가 오는 것 * tirol's thought 갓 만든 두부처럼 부드럽고 따뜻한 시다. '저녁, 소년, 두부장수...', 이런 말들 때문인지 김종삼 시인이 생각나기도 한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나는, '저녁'이라는 이미지에 무의식적으로 .. 2019. 8. 1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