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령1 산후병동 - 김미령 산후병동 김미령 창밖의 안테나가 바람에 흔들린다 무른 생선 가시처럼 높고 가늘게 서서 지나는 구름에 젖을 물리고 옷을 추스르지도 않고 희부연 눈빛으로 마냥 어딘가를 바라본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가 환한 밀실에서 헝클어진 신음과 자지러지는 울음소리가 메스 위를 비켜가고 링거병 질질 끌며 여자들이 복도를 걸어다닐 때 밖에선 차들이 사람들이 빠른 물살처럼 지나갔다 산후병동의 우뚝 정지한 시간 밖으로 웃음소리와 기계의 잡음들이 돌아나가고 마침내 수문을 열어 몸속을 흘려보낸 여자 하나가 보낭을 안고 발을 헛디디듯 세상의 소용돌이 속으로 사라진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까무러칠 듯한 봄빛 속으로 새벽 병실의 기침 소리 사이마다 까무루룩 벚꽃은 꿈처럼 지고 눈물은 거친 밤들을 적셔 한 시절을 잠시 잊게 .. 2007. 9. 2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