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수1 방죽 위에 서서 - 김갑수 방죽 위에 서서 김갑수 그러나 사랑에는 순탄하든 험악하든 모두 제 갈길이 있는 것인데 이 사랑은 전혀 그런 길이 없는 것이에요 때로 방죽 위에 서서 저무는 하루를 굽어봅니다 날은 느릿느릿 멀어져가고 여울에 휩쓸린 물풀의 머리칼이 흔들립니다 바람에 내맡긴 이마를 흔들리는 머릿결이 덮어줍니다 새로 오는 하루는 언제나 처음인 양 하지만 하루의 전모는 마침내 습관일 뿐이었습니다 바람이 불면 언제나 처음인 양 마음 가는 대로 기울고 흔들리던 분별없는 사랑이 있었습니다 분별이 없어서 가문 들녘에 억새풀들만 웃자라는지 웃자라는 만남의 기억이 마른 살갗에 문신으로 따금뜨금 새겨집니다 이렇게 방죽 위에 오래 서서 떠나는 하루를 바라봅니다 아스라한 저 언덕 너머에 가여운 만남이 있었다고 저녁 하늘에는 병 깊어 어두운 별들.. 2001. 9. 1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