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 읽어주는 남자

제비집 - 이윤학

by tirol 2005. 2. 1.
제비집

이윤학

제비가 떠난 다음 날 시누대나무 빗자루를 들고
제비집을 헐었다. 흙가루와 함께 알 수 없는
제비가 품다 간 만큼의 먼지와 비듬,
보드랍게 가슴털이 떨어진다. 제비는 어쩌면
떠나기 전에 집을 확인할지 모른다.
마음이 약한 제비는 상처를 생각하겠지.
전기줄에 떼지어 앉아 다수결을 정한 다음 날
버리는 것이 빼앗기는 것보다 어려운 줄 아는
제비떼가, 하늘높이 까맣게 날아간다.


[199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 tirol's thought

그렇다.
버리는 것이 빼앗기는 것보다 어렵다.

'시 읽어주는 남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 - 강연호  (0) 2005.02.03
마징가 계보학 - 권혁웅  (0) 2005.02.02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 김종삼  (0) 2005.01.28
요약 - 이갑수  (1) 2005.01.27
다시 성북역 - 강윤후  (1) 2005.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