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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쓰러진 곳

전동균


산길을 가다 보면
문득 마음이 환해지는 곳이 있다

지난 폭우 때 나무가 쓰러진 곳
한 나무가 쓰러질 때 옆에 있던 다른 나무가
간신히 팔 벌려 안아주다가
함께 쓰러진 곳

나란히 누워 썩어가는 나무 둥치들이
푸른 잎 매단 채 부러진 가지들이
썩어가면서, 죽어가면서,
한껏 순해진 계곡 물소리를 풀어내고
노랑턱멧새 어여쁜 깃털도
몇 가닥 띄워 보내는

그곳을 지날 때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오래 전 늑골 하나를 부러뜨린 듯
저릿한 통증 같은 사랑을 떠올리는데

그러면 또 내 곁에는
잘 익은 가을볕처럼 한 사람이 다가와
죽음을 기대지 않고는 아무도
아무것도 살아갈 수 없다고
가만가만 말해주는 것이다


* tirol's thought

아, 시인은 산길에 쓰러진 나무들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함께 쓰러진 나무들에게서 사랑을 떠올리고, 또 우리 생이 기대고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가를 깨닫는구나.
역시, 시인은 다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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