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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봉숭아를 심고 - 장석남

by tirol 2009. 3. 2.
봉숭아를 심고

장석남


조그만 샛강이 하나 흘러왔다고 하면 될까
바람들이 슬하의 식구들을 데리고
내 속눈썹을 스친다고 하면 될까
봉숭아 씨를 얻어다 화분에 묻고
싹이 돋아 문득
그 앞에 쪼그리고 앉는 일이여
돋은 떡잎 위에 어른대는
해와 달에도 겸하여
조심히 물을 뿌리는 일이여

후일 꽃이 피고 씨를 터뜨릴 때
무릎 펴고 일어나며
一生을 잘 살았다고 하면 되겠나
그 중 몇은 물빛 손톱에게도 건너간
그러한 작고 간절한 一生이 여기 있었다고
있었다고 하면 되겠나
이 애기들 앞에서


* tirol's thought

어제는 종일 현우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들이지만,
아이를 돌보는 일이 쉽지는 않다.
그래도 이런 시를 보면,
내년 봄에는 현우와 함께
봉숭아를 화분에 심어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즐거워진다.
(손에 봉숭아물 들여준다고 하면 싫어하려나?
싫다고 하면 현우 엄마에게 들이라고 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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