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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겨울 강가에서 - 안도현

by tirol 2008. 12. 5.
겨울 강가에서

안도현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 tirol's thought

어떤 시선을 갖느냐는 정말 중요하다.
동일하게 벌어진 사건이
여러 시선을 통해 해석될 때
그 해석의 격차는 생각보다 크다.
시선에 따른 해석의 격차가 존재하리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알 수 있는 일이지만
자신의 시선만을 진리라고 믿는,
그리고 더 나아가 그것을 강요하려고 드는
사람들이 있어서,
세상은 시끄럽고 고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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