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순1 전염병동에서 - 김혜순 전염병동에서 김혜순 화창한 여름 날 희디흰 방에 네 개의 섬이 조용히 떠 있었읍니다. 그러던 어느 바람 몹시 세던 날 외로운 섬 하나 그만 파도에 묻혀 버렸습니다. 남겨진 섬들이 이리저리 몸을 흔들며 억울하다 억울하다 말했읍니다. 그리고 또 다음다음 날인가 빛 벌레들이 희디흰 섬의 옷자락에 내려앉던 그날 그만 두 개의 섬도 차례로 파도에 먹혀 버렸읍니다. 이제 홀로 남은 섬 하나는 이불 자락을 입 속 깊이 쑤셔박으며 되돌아 누웠습니다. 홀로 남은 내 발가락 사이로 희디흰 파도들이 찰랑거리며 드나드는 것이 보였읍니다. 문학과 지성사 시인선 17, 김혜순 시집 '또 다른 별에서'/ * tirol's thought '홀로 남아 이불 자락을 입 속 깊이 쑤셔박으며 되돌아 눕는' 섬 이라는 구절때문에 오랫 동안 .. 2001. 9. 1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