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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과 예보 - 박준 생활과 예보 박준  비 온다니 꽃 지겠다 진종일 마루에 앉아라디오를 듣던 아버지가오늘 처음으로 한 말이었다  * tirol's thought 시 속의 라디오를 듣던 아버지는 흰색 란닝구를 입고 계실 것 같다.아버지는 왜 진종일 아무 것도 안하고 마루에 앉아 라디오를 듣고 있었을까.어디가 아픈가? 마음이 아픈가? 아무 것도 하고 싶은 게 없는가? 아무 것도 할 게 없는가?아니면 너무 일을 많이 해서 오늘만 모처럼 쉬고 있는 건가? '비 온다니 꽃지겠다' 아버지가  오늘 처음으로 한 말은 왜 이 말이었을까.말이 하기 싫었던 건가? 말이 너무 하고 싶었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던 건가? 비가 온다니 걱정이 된다는 건가? 좋으면서도 싫다는 건가? 일기예보를 듣다가 뜬금없이 어떤 일이 생각나신 건가? 말과 .. 2024. 7. 21.
(한참 늦은) '아버지의 광시곡' 북토크 참석 후기 (한참 늦은) '아버지의 광시곡'북토크 참석 후기지난 6월 4일에 조성기 작가의 ‘아버지의 광시곡’ 북토크에 다녀왔다. (교회에서는 전도사님으로 불리시지만, 이번은 작가로서의 자리였고 산울교우가 아닌 참석자들도 계셔서 작가님으로 부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혼자 진행하셔야 한다는 걱정과 달리, 지난번 북콘서트보다 더 재미있었다. 책에 넣지 못한 아버지에 관한 기억으로 시작해, 질의응답, 참석자들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 발표, 작가의 모노드라마까지 한 시간 반이 금세 지나갔다.질문 시간에 나는 “어떻게 이렇게 솔직하게 쓰실 수 있는지, 작가로서 ‘자기검열’을 극복하는 비결 같은 게 있으신지,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면 좋겠다”라고 질문했다. 작가는 소설 속에 실명이 거론된 사람들로 인해 곤란했던 사연과.. 2024. 6. 21.
성묘 성묘 엄마 가신 지 십년 아침 일찍 차를 몰고 나가 엄마 무덤가에 한참 앉아 있다 왔다 십년 전 엄마 아프실 때도 그랬다 둘이 이른 저녁을 해 먹고 엄마는 티브이를 보다가 졸고 나는 엄마 옆에 그냥 앉아 있다 왔다 오늘도 그냥 그렇게 앉아 티브이 대신 산소 앞 풍경만 물끄러미 바라보다 왔다 기댈 곳 없는 등이 문득 아프기도 했다 2024. 6. 10.
사랑과 평화 - 이문재 사랑과 평화이문재사람이 만든 책보다책이 만든 사람이 더 많다*사람이 만든 노래보다노래가 만든 사람이 더 많다사람이 만든 길보다길이 만든 사람이 더 많다사랑으로 가는 길은 오직 사랑뿐사랑만이 사랑으로 갈 수 있다그래야 사람이 만든 사랑보다사랑이 만든 사람이 더 많아진다평화로 가는 길 또한 오직 평화뿐평화만이 평화로 갈 수 있다평화만이 평화를 만들 수 있다그래야 사람이 만든 평화보다평화가 만든 사람이 더 많아진다이 또한 오래된 일이다* '사람이 만든 책보다 책이 만든 사람이 더 많다’라는 문장은 출처가 밝혀지지 않은 채 널리 알려져 있다.* tirol's thought 사람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책과 노래와 길과 사랑과 평화 그리고...사람이 만들어져 가는 존재라는 것을 아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가내가 피조물.. 2024. 2. 29.
거룩한 식사 - 황지우 거룩한 식사황지우나이든 남자가 혼자 밥 먹을 때울컥, 하고 올라오는 것이 있다큰 덩치로 분식집 메뉴표를 가리고서등 돌리고 라면발을 건져올리고 있는 그에게,양푼의 식은 밥을 놓고 동생과 눈흘기며 숟갈 싸움하던그 어린 것이 올라와, 갑자기 목메게 한 것이다몸에 한세상 떠넣어주는먹는 일의 거룩함이여이 세상 모든 찬밥에 붙은 더운 목숨이여이 세상에서 혼자 밥 먹는 자들풀어진 뒷머리를 보라파고다 공원 뒤편 순댓집에서국밥을 숟가락 가득 떠넣으시는 노인의, 쩍 벌린 입이나는 어찌 이리 눈물겨운가 * tirol's thought내 힘으로 숟가락을 들 수 있게 된 때부터 오늘까지 밥을 안먹고 보낸 날이 몇 일이나 될까숟가락을 들어 몸에 한세상 떠넣어준 그 많은 날들 중에내가 마주 앉았던 사람들은 얼마나 되고또 혼자 밥 .. 2024. 2. 23.
2024. 1. 17. 주황발 무덤새 https://m.youtube.com/playlist?list=PLcl1d3utG2BygIM9F1nywD6H0Ea501gx2 주황발무덤새 www.youtube.com호주 원주민 가수 구루물 Gurrumul이 부르는 노래.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고, 짐작도 안가지만 자꾸 듣게되는 신기한  경험. 2024. 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