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웅1 여우 이야기 - 권혁웅 여우 이야기 권혁웅 골목길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여우가 그녀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나를 처음 알아본 것은 그녀가 아니라 여우였다 긴치마에 가방을 모아 쥔 손이 가지런했다 흰 발목과 꼬리가 어둠에 묻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다가가자 여우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여우가 나를 알아보았을 때 겨우 열다섯이었으므로 나는 그녀의 곁을 지나쳐 갔다 목덜미가 간지러웠다 삼 년 후에 다시 여우를 만났다 한성여자고등학교 하교길, 여우는 고갯마루에 앉아 있다가, 깔깔거리며 지나가는 학생들 틈에 끼어들었다 나는 몰래 여우를 따라갔다 골목을 돌아 한 대문 앞에서 꼬리를 놓쳤다 집에는 병든 노모와 아이들이 보채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겨우 열여덟이었으므로, 닫힌 문 앞에서 발길을 돌렸다 대학 때에 그녀를 만났다 그때 겨우 스.. 2003. 6. 2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