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에 대하여
나희덕
서랍을 열고 나면
무엇을 찾으려 했었나 기억나지 않는다
서랍을 닫고 나면
서랍 안에 무엇이 있었나 기억나지 않는다
서랍은 하나의 담이다
감싸고 품어내는 것, 그보다
더 넓은 세상에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그리움은
서랍 안에 저녁햇살처럼 누워 있고
그 그늘 속에 누추한 벌레 몇 마리
어떻게 잠이 드는지 볼 수조차 없다
사람이 입을 내밀고 웃고 있을 때
닳고 닳은 입술 사이로
무슨 말인가 건네려 할 때
나는 담을 넘듯이
영혼의 서랍을 열어본다
/나희덕 시집, 뿌리에게, 창비,1991/
나희덕
서랍을 열고 나면
무엇을 찾으려 했었나 기억나지 않는다
서랍을 닫고 나면
서랍 안에 무엇이 있었나 기억나지 않는다
서랍은 하나의 담이다
감싸고 품어내는 것, 그보다
더 넓은 세상에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그리움은
서랍 안에 저녁햇살처럼 누워 있고
그 그늘 속에 누추한 벌레 몇 마리
어떻게 잠이 드는지 볼 수조차 없다
사람이 입을 내밀고 웃고 있을 때
닳고 닳은 입술 사이로
무슨 말인가 건네려 할 때
나는 담을 넘듯이
영혼의 서랍을 열어본다
/나희덕 시집, 뿌리에게, 창비,1991/
* tirol's thought
어제는 퇴근 길에 지난 금요일에 함께 마시고 흠씬 취했던 친구 녀석들에게 차례로 전화를 해 봤다. M, K, K, P, N, 전화를 받지 않은 L을 제외하고 한 놈도 빠짐없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물론 나도 소주를 한 두병쯤 마시고 들어가는 길이었다.(술을 안마셨으면 전화할 생각도 안했을 것이다.) 하긴 어젠 비도 왔고, 화요일이고, 마시지 말아야할 이유도 없다.
술을 마시다 보면 왜 술을 마시게 되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술을 마시고 나면 어떻게 술을 마셨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술도 하나의 담이다.
어제는 퇴근 길에 지난 금요일에 함께 마시고 흠씬 취했던 친구 녀석들에게 차례로 전화를 해 봤다. M, K, K, P, N, 전화를 받지 않은 L을 제외하고 한 놈도 빠짐없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물론 나도 소주를 한 두병쯤 마시고 들어가는 길이었다.(술을 안마셨으면 전화할 생각도 안했을 것이다.) 하긴 어젠 비도 왔고, 화요일이고, 마시지 말아야할 이유도 없다.
술을 마시다 보면 왜 술을 마시게 되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술을 마시고 나면 어떻게 술을 마셨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술도 하나의 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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