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송재학
원거리를 이동하는 철새 무리의 맨 앞에서 나는 새의 머리는 다 벗겨진다고 한다. 가끔 우리의 가장도 마흔 살 무렵에 이미 대머리가 되지 않는가. 너무 먼 길을 날았던 새에게 비행 자세 그대로 멈추어 굳어버리는 것이야말로, 가끔 삶이 이대로 굳기름처럼 굳어버렸으면 하는 사람의 헛된 갈망에 다름이 아니다. 조류에 대한 내 안쓰러움이기도 하다. 목을 앞으로 맹렬하게 빼고 날아가는 새떼의 맨 앞자리와 몇 천 킬로를 이동하고 나서 반으로 줄어버린 몸무게가 있다면 목욕탕에서 미끄러져 생긴 멍 자국과 자주 다치는 무릎 인대도 있다.
* tirol's thought
요즘은 어쩌자고 이런 글들만 자꾸 눈에 띄는가?
사실 위의 글은 시는 아니고 송재학 산문집 '풍경의 비밀'이란 책에 나오는 글이다.
어느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걸 보고 송재학의 시인줄 알고 찾아보다가 알게되었다.
산문이란 걸 알고 다시 읽어보니 시가 아니라 산문 '같기도' 하다.
뭐가 시이고 뭐가 산문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는 데 딱 부러지게 얘기하긴 어렵다.
시인이 이걸 자기 시집에 넣고 시라고 우기면 시가 될까?
어쨌든,
이제 마흔살이 된 나는 아직
대머리는 아니지만 머리가 자꾸 빠진다.
철새 무리의 맨 앞에서 나는 새와는 달리
몸무게는 계속 늘어난다.
목욕탕에서 자주 미끄러지지는 않지만
무릎도 자주 아프다.
철새는 별자리와 바람으로
제 목적지를 찾는다던데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건가
이렇게 머리까지 빠져가면서.
요즘은 어쩌자고 이런 글들만 자꾸 눈에 띄는가?
사실 위의 글은 시는 아니고 송재학 산문집 '풍경의 비밀'이란 책에 나오는 글이다.
어느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걸 보고 송재학의 시인줄 알고 찾아보다가 알게되었다.
산문이란 걸 알고 다시 읽어보니 시가 아니라 산문 '같기도' 하다.
뭐가 시이고 뭐가 산문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는 데 딱 부러지게 얘기하긴 어렵다.
시인이 이걸 자기 시집에 넣고 시라고 우기면 시가 될까?
어쨌든,
이제 마흔살이 된 나는 아직
대머리는 아니지만 머리가 자꾸 빠진다.
철새 무리의 맨 앞에서 나는 새와는 달리
몸무게는 계속 늘어난다.
목욕탕에서 자주 미끄러지지는 않지만
무릎도 자주 아프다.
철새는 별자리와 바람으로
제 목적지를 찾는다던데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건가
이렇게 머리까지 빠져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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