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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변명 - 이상국

by tirol 2005. 6. 30.
변명

이상국


어떤 날 새벽 자다 깼는데
문득 나는 집도 가족도 없는 사람처럼 쓸쓸했다
아내는 안경을 쓴 채 잠들었고
아이들도 자기들 방에서 송아지처럼 자고 있었다
어디서 그런 생각이 왔는지 모르지만
그게 식구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나에게 창피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날이 밝으려면 아직 멀었고
나는 또 나 자신을 위로해야 했으므로
이 생각 저 생각 끝에
아, 내가 문을 열어놓고 자는 동안
바람 때문에 추웠었던 모양이다 라며
멀쩡한 문을 열었다 닫고는
다시 누웠다

/현대시 2004년 5월호/

* tirol's thought

나도 문득 집도 가족도 없는 사람처럼 쓸쓸하다.
'이 생각 저 생각 끝에.../멀쩡한 문을 열었다 닫고' 눕는 시인도 참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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