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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균3

당신이 없는 곳에서 당신을 불러도 - 전동균 당신이 없는 곳에서 당신을 불러도 전동균 산밭에살얼음이 와 반짝입니다 첫눈이 내리지도 않았는데고욤나무의 고욤들은 떨어지고 일을 끝낸 뒤저마다의 겨울을 품고흩어졌다 모였다 다시 흩어지는 연기들 빈손이어서 부끄럽지만 어쩔 수 없군요 보이는 것은보이지 않는 것에서 왔고저희는저희 모습이 비치면 금이 가는 살얼음과도 같으니 이렇게 마른 입술로당신이 없는 곳에서당신과 함께당신을 불러도 괜찮겠습니까? * tirol's thouht 가을인가 싶더니 어느새 겨울. 첫눈은 내렸다고 해야할지 아니라고 해야할지 고민이 되지만'빈손이어서 부끄럽지만 어쩔 수 없는' 계절이라는 사실은 분명한 듯 합니다.한 계절이 가고 다른 계절이 오고한 해가 가고 또 한 해가 오고.중학교 생물 시간에 배웠던 것 같은데,'개체의 발생은 종의 발생을.. 2019. 12. 15.
삐걱대는 의자야,너도 - 전동균 삐걱대는 의자야, 너도 전동균 변두리 포장마차 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빗방울 소리 마음의 안쪽으로 파고드는 그 소리의 끝을 따라갈 수 없어 우동 먹으러 왔다가 죄 없는 술잔만 비우는데요 마흔 살의 허기, 공복의 찬 속을 확, 확, 불지르는 소주맛 같은 그런 여자 하나 만났으면 싶은데요 세상도 좀 알고 남자도 좀 아는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시치미도 뗄 줄 아는 여자의 휘어질 땐 휘어지고 감을 땐 착착 감는 뽕짝노래 속으로 들어가, 슬쩍, 손만 대도 젖어드는 몸 속으로 들어가, 들어가 한 사나흘 젓갈처럼 푹 삭았으면 싶은데요, 그런데요 -니에미, 삐걱대는 의자야, 너도 한잔해라 /전동균 시집, 함허동천에서 서성이다, 세계사, 2002/ * tirol's thought 어디다 대고 한바탕 큰소리로 .. 2005. 11. 30.
돌의자 - 전동균 돌의자 전동균 광화문 성공회 앞뜰 모과나무 아래 놓여 있는 돌의자 발목 다친 비둘기도 앉았다 간다 술취한 노숙자도 낮잠 자다 간다 신문지 몇 장 남겨두고 간다 이따금 모과나무 가지 사이 며칠 잠 못 잔 하늘이 왔다가 간다 모과나무에 모과가 열리듯 그렇게 살수는 없나, 중얼거리며 傷心한 얼굴로 커피 한 잔 마시고 간다 어린아이도, 마른 꽃잎도, 성가 소리도 앉았다 간다 낙옆 질 땐 속눈썹 긴 바람이 잠깐 앉았다 가고 그 뒤에 키만 훌쩍 큰 저녁이 멈칫멈칫 따라와 대책 없이 줄담배 피우고 간다 누구나 와서 쉬었다 가는 돌의자 날마다 세상을 향해 조금씩 길어지는 돌의자 /전동균 시집, 함허동천에서 서성이다, 세계사, 2002/ * tirol's thought 엊저녁 침대에 누워 시집을 읽다가, 한번 소리를 내.. 2005. 1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