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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2

흐르는 강물처럼 - 유하 흐르는 강물처럼 유하 그대와 나 오랫동안 늦은 밤의 목소리로 혼자 있음에 대해 이야기해왔네 홀로 걸어가는 길의 쓸쓸한 행복과 충분히 깊어지는 나무 그늘의 향기, 그대가 바라보던 저녁 강물처럼 추억과 사색이 한몸을 이루며 흘러가는 풍경들을 서로에게 들려주곤 했었네 그러나 이제 그만 그 이야기들은 기억 저편으로 떠나보내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네 어느날인가 그대가 한 사람과의 만남을 비로소 둘이 걷는 길의 잔잔한 떨림을 그 처음을 내게 말해주었을 때 나는 다른 기쁨을 가졌지 혼자서 흐르던 그대 마음의 강물이 또 다른 한줄기의 강물을 만나 더욱 깊은 심연을 이루리라 생각했기에, 지금 그대 곁에 선 한 사람이 봄날처럼 아름다운 건 그대가 혼자 서 있는 나무의 깊이를 알기 때문이라네 그래, 나무는 나무를 바라보는 .. 2006. 11. 16.
세상의 모든 저녁 1 - 유하 세상의 모든 저녁 1 유하 여의도로 밀려가는 강변도로 막막한 앞길을 버리고 문득 강물에 투항하고 싶다 한때 만발했던 꿈들이 허기진 하이에나 울음처럼 스쳐간다 오후 5시 반 에프엠에서 흘러나오는 어니언스의 사랑의 진실 추억은 먼지 낀 유행가의 몸을 빌려서라도 기어코 그 먼 길을 달려오고야 만다 기억의 황사바람이여, 트랜지스터 라디오 잡음같이 쏟아지던 태양빛, 미소를 뒤로 모으고 나무에 기대 선 소녀 파르르 성냥불처럼 점화되던 첫 설레임의 비릿함, 몇 번의 사랑 그리고 마음의 서툰 저녁을 불러 모아 별빛을 치유하던 날들...... 나는 눈물처럼 와해된다 단 하나 무너짐을 위해 생의 날개는 그토록 퍼덕였던가 저만치, 존재의 무게를 버리고 곤두박질치는 물새떼 세상은 사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기에 오래 견디어.. 2006. 6.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