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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원태2

늦은 오후의 식당 - 엄원태 늦은 오후의 식당 엄원태 그 식당 차림표에는 열 가지가 넘는 메뉴가 준비되어 있고 가격 또한 저렴한 편인데 가령, 낙지볶음은 한 접시에 기껏 오천원이다 홀 한쪽에는 주방으로 쓰는 씽크대와 장탁자가 있고 식탁은 세 개 의자는 열세 개 있다 손님은 하루 평균 여남은 명인데, 어쩌다 술손님을 한 팀 받기라도 하는 날이면 주인아줌마는 기꺼이 식당에 딸린 방 한 칸을 내줄 준비가 되어 있다 언제나 준비가 되어 있는 그 식당이 텅, 텅, 비어 있던 어느날 나는 거기서 짠 국밥 한 그릇을 신김치와 콩나물무침으로 먹은 적이 있다 어쩌다 이렇게 조용한 주택가 길목에 이런 식당이 허술하게 문을 열고 있담, 생각하는 것이 상식, 그 상식을 보기좋게 뒤집으며 그 식당은 거기에 있는 셈인데…… 한번은 세무서에서 나온 젊은 주사.. 2007. 4. 11.
애가 - 엄원태 애가 엄원태 이 저녁엔 노을 핏빛을 빌려 첼로의 저음 현이 되겠다 결국 혼자 우는 것일 테지만 거기 멀리 있는 너도 오래전부터 울고 있다는 걸 안다 네가 날카로운 선율로 가슴 찢어발기듯 흐느끼는 동안 나는 통주저음으로 네 슬픔 떠받쳐주리라 우리는 외따로 떨어졌지만 함께 울고 있는 거다 오래 말하지 못한 입, 잡지 못한 가는 손가락, 안아보지 못한 어깨, 오래 입맞추지 못한 마른 입술로..... /엄원태, 물방울 무덤 창비시선 272, 창비, 2007년 02월/ * tirol's thought 사람들은 모두 다 혼자 운다. 화해하지 못한 사람들 모두 저마다 혼자 울고 있다. 원망이 차오르고 올라 턱밑까지 이르렀을 때 문득 나도 이런 생각을 했었다. '거기 있는 너도 오래전부터 울고 있다는 걸 안다' '우리.. 2007. 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