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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함2

내가 바라보는 - 이승희 내가 바라보는 이승희 처마 밑에 버려진 캔 맥주 깡통, 비 오는 날이면 밤새 목탁 소리로 울었다. 비워지고 버려져서 그렇게 맑게 울고 있다니. 버려진 감자 한 알 감나무 아래서 반쯤 썩어 곰팡이 피우다가 흙의 내부에 쓸쓸한 마음 전하더니 어느날, 그 자리에서 흰 꽃을 피웠다. 그렇게 버려진 것들의 쓸쓸함이 한 세상을 끌어가고 있다. * tirol's thought 클라이맥스로만 이루어진 노래는 노래가 아니듯 일년 내내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다면' 사람들은 그런 얘길 하지도 않겠지. 버려진 것, 눈에 띄지 않는 것, 잊혀진 것들의 쓸쓸함이 끌어가는 한 세상.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던 어느 시인의 말이 생각난다. 울고 있는 그들의 눈물은 그들만의 것일.. 2019. 9. 14.
쓸쓸한 날에 - 강윤후 쓸쓸한 날에 강윤후 가끔씩 그대에게 내 안부를 전하고 싶다. 그대 떠난 뒤에도 멀쩡하게 살아서 부지런히 세상의 식량을 축내고 더없이 즐겁다는 표정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뻔뻔하게 들키지 않을 거짓말을 꾸미고 어쩌다 술에 취하면 당당하게 허풍떠는 그 허풍만큼 시시껄렁한 내 나날을 가끔씩 그래, 아주 가끔씩은 그대에게 알리고 싶다. 여전히 의심이 많아서 안녕하고 잠 들어야 겨우 솔직해지는 더러운 치사함 바보같이 넝마같이 구질구질한 내 기다림 그대에게 들려주어 그대의 행복을 치장하고 싶다. 철새만 약속을 지키는 어수선한 세월 조금도 슬프지 않게 살면서 한 치의 미안함 없이 아무 여자에게나 헛된 다짐을 늘어놓지만 힘주어 쓴 글씨가 연필심을 부러뜨리듯 아직도 아편쟁이처럼 그대 기억 모으다 나는 불쑥 헛발을 디디고 부.. 2001. 9.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