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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대4

눈먼 무사 - 박정대 눈먼 무사 박정대 눈멀어 나 이제사 고향에 돌아왔네 아픈 몸 좀 눕히고 잃어버린 풍경의 시력 회복하러 시골에 있는 누님댁에 내려와 며칠을 골방에서 뒹구네 그러나 고향은 고향이되 더 이상 고향이 아닌 이곳에서 이제 나 몸도 마음도 쉽게 쉬지를 못하네 시골 농협에서 나누어준 달력을 치어다보며 가까스로 일주일을 버티네, 내가 살았던 옛 마을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농협 달력, 나는 하루에도 서너 번씩 자전거를 타고 달력 속으로 난 길을 달리네 내려올 때 가져온 백석과 이용악의 시집, 가끔은 또 그 낡은 너와집에 들어가 서너 시간 아무 말 없이 뒹굴기도 하네 겨울바람이 문풍지를 싸아하게 두드리고 가는 거, 그게 음악이지 生은 눈을 감고서라도 필사적으로 귀향하는 거, 그게 바로 시지 그런 생각할 때면 내 가슴에서 .. 2005. 12. 28.
자작나무 뱀파이어 - 박정대 자작나무 뱀파이어 박정대 그리움이 이빨처럼 자라난다 시간은 빨랫집게에 집혀 짐승처럼 울부짖고 바다 가까운 곳에, 묘지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별들은 그것을 바라보는 자들의 상처, 눈물보다 더 깊게 빛난다, 聖所 별들의 운하가 끝나는 곳 그 고을 지나 이빨을 박을 수 있는 곳까지 가야한다, 차갑고 딱딱한 공기가 나는 좋다, 어두운 밤이 오면 내 영혼은 자작나무의 육체로 환생한다 내 영혼의 살결을 부벼대는 싸늘한 겨울바람이 나는 좋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욕망이 고드름처럼 익어간다 눈에 덮인 깊은 산속, 밤새 눈길을 걸어서라도 뿌리째 너에게로 갈 테다 그러나 네 몸의 숲속에는 아직 내가 대적할 수 없는 무서운 짐승이 산다 /민음시선, 박정대 시집,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 ti.. 2002. 12. 3.
티롤의 첫번째 포임레러 제 홈피에 글을 남겨주신 분들께 포임레러를 발송하고 있습니다. 어제 네번째 메일을 발송했는데 한 친구가 왜 그 메일 내용은 홈피에 안 올리냐는 지적이 있어 이렇게 올립니다. 혹시 포임레러를 못받아보신 분이나 받아보고 싶으신 분이 있으시면 제게 메일을 주시거나 이 게시판에 글을 남겨주십시오. ----------------------------------------------------- ◈ tirol's greeting 안녕하세요, 티롤입니다. 외로워서 그런가? 어제 뜬금없이 제 홈피[http://tirol.wo.to]를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메일링 서비스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후배 K에게서 매일 시를 보내주는 사이트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것도 있고 해서... 매일은 아니더라도 가끔 올리.. 2002. 11. 27.
어느 맑고 추운 날 - 박정대 어느 맑고 추운 날 박정대 이제는 쓰지 않는 오래된 옹기 위에 옥잠화가 심어진 토분을 올려놓아 보네 맑은 가을 하늘 어딘가에 투명한 여섯 줄의 현이 있을 것만 같은 오후 생각해보면, 나를 스쳐간 사랑은 모두 너무나 짧은 것들이어서 옹골찬 옹기 같은 내 사랑은 왜 나에게 와서 머물지 않았던 것인가 안타까워지는 이 오후에 햇살과 바람이 연주하는 내 기타 소리는 너무나 낡고 초라하지만 나는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슬리퍼를 직직 끌며 온몸으로 그대에게로 가네 이제는 떠나지 못하게 오래된 옹기 위에 묵직한 토분을 올려놓으며 정성스레 물을 주고 있네 그대는 옹기, 나는 토분 이렇게 우리 옹기종기 모여 추운 한 시절 견디며 킬킬대고 있네 햇살 두툼한 오후를 껴입고 나와 앉아 옹기 위에 토분을 올려 놓으며, 근사하다고 .. 2002. 1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