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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사2

밤이 오면 길이 - 이성복 밤이 오면 길이 이성복 밤이 오면 길이 그대를 데려가리라 그대여 머뭇거리지 마라 물결 위에 뜨는 죽은 아이처럼 우리는 어머니 눈길 위에 떠 있고, 이제 막 날개 펴는 괴로움 하나도 오래 전에 예정된 것이었다 그대여 지나가는 낯선 새들이 오면 그대 가슴속 더운 곳에 눕혀라 그대 괴로움이 그대 뜻이 아니듯이 그들은 너무 먼 곳에서 왔다 바람 부는 날 유도화의 잦은 떨림처럼 순한 날들이 오기까지, 그대여 밤이 오는 쪽으로 다가오는 길을 보아라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길이 그대를 데려가리라 tirol's thought 지난 일요일 저녁, 외출했다가 집에 오는 길에 라디오를 들었는데 '저녁'에 관련된 시 네 편을 읽어주는 코너가 있었다. 김종삼, 정끝별, 채호기, 그리고 이성복 시인의 시였다. 다른 시들은 다 읽어.. 2022. 8. 3.
춘추 - 김광규 춘추 (春秋) 김광규 창밖에서 산수유 꽃 피는 소리 한 줄 쓴 다음 들린다고 할까 말까 망설이며 병술년 봄을 보냈다 힐끗 들여다본 아내는 허튼소리 말라는 눈치였다 물난리에 온 나라 시달리고 한 달 가까이 열대야 지새며 기나긴 여름 보내고 어느새 가을이 깊어갈 무렵 겨우 한 줄 더 보탰다 뒤뜰에서 후박나무 잎 지는 소리 * tirol's thought 3연 13행의 시 속에 봄부터 가을까지 세개의 계절이 들어있다. 망설임과 아내의 눈치와 물난리와 열대야를 거쳐 봄에서 가을로 꽃 피는 소리에서 잎 지는 소리로 잎 지는 소리와 다시 꽃피는 소리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2019. 6.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