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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4

단풍 드는 날 - 도종환 단풍 드는 날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 도종환 시집,슬픔의 뿌리, 실천문학사, 2005년 10월/ * tirol's thought 내 친구 종인이가 이번 가을 교보글판의 글로 올라왔다고 알려준 시다. 나는 아직 '아름답게 불탈' 때가 안되었는지 뭘 버려야 할지도 모르겠고 내 삶의 이유에 대해서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동물원의 노래 가사처럼 여전히 '어딘가 있을 무언가를 아직 찾고' 있는 중. 그래도, 뭐, 가을에 읽기에는 나쁘지 않은 시.. 2007. 9. 17.
여백 - 도종환 여백 도종환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 나뭇가지들이 살아온 길과 세세한 잔가지 하나하나의 흔들림까지 다 보여주는 넉넉한 허공 때문이다 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 나뭇가지들끼리의 균형 가장 자연스럽게 뻗어 있는 생명의 손가락을 일일이 쓰다듬어주고 있는 빈 하늘 때문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여백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모르는 사람은 * source: http://blog.naver.com/gulsame/50015807253 * tirol's thought 프랭클린 플래너로 유명한 스티븐 코비가 '소중한 것 먼저하기'를 설명하던 동영상 생각이 난다. 코비는 여러가지 태그.. 2007. 4. 25.
초겨울 - 도종환 초겨울 도종환 올해도 갈참나무잎 산비알에 우수수 떨어지고 올해도 꽃진 들에 억새풀 가을 겨울 흔들리고 올해도 살얼음 어는 강가 새들은 가고 없는데 구름 사이에 별이 뜨듯 나는 쓸쓸히 살아 있구나. * tirol's thought 어제 비내리고 나더니 바람이 싸늘하다. 가을 깊어지기를 바랬더니 겨울이 와버렸구나. 가지말라고 붙잡는다고 아니 갈 가을은 아니겠지만 조금 천천히 겨울이 왔으면 좋겠다. 오지 말라고 안 올 겨울은 아니겠지만. 2006. 10. 23.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tirol's thought 2004년 봄, 교보생명 광화문 글판에 걸렸던 시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김용택은 '아픈데서 피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고 하더니 도종환은 '흔들림'을 이야기한다. '흔들림'과 '아픔'을 생각하며 보는 꽃은 남다르다. 세상 천지가 꽃들로 가득한 봄날,.. 2005. 5.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