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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인2

풍선 - 김사인 풍선 김사인 한번은 터지는 것 터져 넝마 조각이 되는 것 우연한 손톱 우연한 처마 끝 우연한 나뭇가지 조금 이르거나 늦을 뿐 모퉁이는 어디에나 있으므로. 많이 불릴수록 몸은 침에 삭지 무거워지지. 조금 질긴 것도 있지만 큰 의미는 없다네. 모퉁이를 피해도 소용없네. 이번엔 조금씩 바람이 새나가지. 어린 풍선들은 모른다 한번 불리기 시작하면 그만둘 수 없다는 걸. 뽐내고 싶어지지 더 더 더 더 커지고 싶지. 아차, 한순간 사라지네 허깨비처럼 누더기 살점만 길바닥에 흩어진다네. 어쩔 수 없네 아아, 불리지 않으면 풍선이 아닌 걸. tirol's thought 시를 읽고 나니, '배는 항구에 있을 때 안전하다. 하지만 배는 그러자고 있는 것이 아니다' 라는 문장이 생각난다. 시가 의미하는 바가 너무 명료해서 .. 2020. 12. 5.
조용한 일 - 김사인 조용한 일 김사인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김사인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 창비시선 262, 창비, 2006년 04월/ * tirol's thought 어제 저녁에, 차를 타고 집에 오다가 라디오에서 우연히 들었다. 해야할 것 같은 일도 많고 하라는 일도 많은 세상에서 그냥 말없이 곁에 있는 것, 실은 그런 게 고마운 일이라고 말해주는 시인이 고맙다. 2007. 8. 22.